연말이라 지출할 곳도 많은데, 갑자기 주거래 은행에서 "귀하의 계좌가 가압류되었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으셨나요?

마트에서 카드를 긁었는데 "거래 정지"가 뜨거나, 월급이 들어왔는데 출금이 안 돼서 당장 공과금도 못 내는 상황이라면 눈앞이 캄캄하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통장이 묶였다고 해서 그 안에 있는 내 돈을 10원도 못 쓰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국가에서는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 즉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금액은 출금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두었거든요.

오늘은 벼랑 끝에 선 심정일 여러분을 위해, 가압류된 통장에서 합법적으로 생활비를 인출하는 방법과 185만 원의 법칙을 정리해 드립니다.

가압류로 묶인 내 돈 "185만 원"까지는 살릴 수 있습니다!

채권자(돈 빌려준 사람)가 소송을 하기 전,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게 임시로 묶어두는 것이 바로 '가압류'입니다. 하지만 법은 채권자의 권리만큼이나 채무자의 '최저 생활'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1. 민사집행법상 '압류 금지 최저생계비'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숫자는 '185만 원'입니다. (민사집행법 시행령 기준)
법적으로 통장에 잔액이 얼마가 있든, 개인의 1개월 최저 생계비인 185만 원 이하의 금액은 압류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 내 통장에 150만 원이 있다면? -> 전액 출금 가능해야 정상입니다.
• 내 통장에 300만 원이 있다면? -> 185만 원을 뺀 나머지 115만 원만 압류 효력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은행 시스템은 기계적입니다. 가압류 통지서가 날아오면 은행은 일단 계좌 전체를 '지급 정지' 시켜버립니다. 즉, 내가 "법적으로 185만 원은 내 거잖아요!"라고 창구에서 소리쳐도 은행 직원은 "법원의 결정문 없이는 못 줍니다"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법원에 "이 돈은 생계비니 풀어주세요"라고 신청해야 합니다.

2. 돈을 찾기 위한 유일한 방법: '압류금지채권 범위변경 신청'

은행 가서 따지지 마시고, 바로 법원 민원실로 가시거나 전자소송 사이트를 켜셔야 합니다. 이 절차의 이름은 '압류금지채권 범위변경 신청'입니다.

신청 절차 3단계

1. 관할 법원 확인: 가압류 결정문을 보낸 법원이 어디인지 확인합니다.
2. 신청서 제출:
   • 신청 취지: "별지 목록 기재 채권 중 185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은 압류 및 추심명령을 취소한다"는 식으로 작성합니다.
   • 필수 서류:
     • 가압류 결정문 사본
     • 주민등록등본
     • 은행 잔액 증명서 (가장 중요! 전 은행 계좌를 통틀어 185만 원 이하임을 증명해야 함)
     • 생계 곤란을 입증할 자료 (월세 계약서, 공과금 연체 내역서, 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 등)
3. 결정문 수령: 법원 판사님이 서류를 검토하고 "이 사람은 당장 생활비가 급하구나"라고 인정하면 '인용 결정문'을 보내줍니다.
4. 은행 방문: 이 결정문을 들고 해당 은행 창구에 가면, 그제야 비로소 묶였던 185만 원을 내어줍니다.

꿀팁: 여러 은행이 압류되었다면, '어느 은행에서 얼마를 뺄지' 특정해서 신청해야 합니다. (예: A은행에서 100만 원, B은행에서 85만 원 등 합산 185만 원)

3. 돈 갚을 능력이 된다면? 해방공탁금 제도

만약 당장 갚을 돈은 있는데, 채권자와 연락이 안 되거나 소송 중이라서 억울하게 묶인 경우라면 '해방공탁'을 이용하세요.

• 방법: 가압류 금액 전액을 법원에 현금으로 공탁(맡김)합니다.
• 효과: 법원에 돈을 맡겼으니, 내 통장이나 부동산에 걸린 가압류를 즉시 풀어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금 융통이 막혔을 때 숨통을 트는 방법입니다.

4. 주의사항: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마음이 급해서 꼼수를 쓰려다가는 더 큰 코 다칠 수 있습니다.

• 다른 은행으로 돈 옮기기?

이미 가압류가 들어왔다면 신용 정보가 공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은행 계좌를 새로 터도 금방 다시 막힐 수 있습니다.

• 현금 보관:
  가압류가 풀리기 전까지 발생하는 소득은 가급적 가족 명의 통장을 사용하거나 현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단, 급여 압류는 회사로 바로 통지되니 주의하세요.)

글을 마치며

통장이 묶인다는 건 단순히 돈을 못 쓰는 것을 넘어, 일상의 존엄이 흔들리는 무서운 일입니다. 하지만 법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당장 막막하더라도 '압류금지채권 범위변경 신청'이라는 제도를 꼭 기억하세요. 조금 번거롭더라도 법원의 문을 두드리면, 당장의 생계비를 확보할 길은 열려 있습니다.

혹시 혼자 준비하기 어렵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 없이 132)에서 무료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도 큰 힘이 됩니다.